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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최근 유형력을 동원하여 물리적 피해를 가하거나 유괴·해외로의 납치 등 타인의 신체적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 시스템적 통제 방안이 중대한 국민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본 기고문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볼 사안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 2023. 8. 31. 선고 2021헌마994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이 선고될 당시에는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고 있었기에, 앞서 언급한 '사회 시스템적 통제 방안' 중에서도 법률적 관점인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가 최고 법률기관에 의해 다시 한번 확인될 필요가 있었다.
본고에서는 이렇듯 위법한 신체적 침해를 막기 위해 고안된 법리인 '정당방위'의 범위에 대해 법원의 판례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정당방위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특히 고려될 사항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2. 정당방위의 일반적 요건 - 헌법재판소 2023. 8. 31. 선고 2021헌마994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
가. 사건의 개요
해당 사건의 청구인은 2021. 1. 22. 09:06경 인천 남동구에 있는 주거지에서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허리 부분에 골절상을 입었고, 112신고를 하기 위해 남편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그의 팔 부위를 할퀴게 되었다.
검찰은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쌍방폭행, 즉 청구인이 남편의 팔을 할퀸 행위에도 폭행이 인정됨을 전제로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청구인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나.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위 검사의 처분을 취소하면서,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헌재 2013. 8. 29. 2011헌마743; 헌재 2017. 4. 27. 2017헌마26; 헌재 2020. 5. 27. 2019헌마1419 참조)'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법리를 바탕으로 '① 청구인의 폭행은 남편이 청구인에게 먼저 위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자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② 청구인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약 28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항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한 점, ③ 여성인 청구인이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남편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그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남편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기 결정이 선고될 당시에는 한국 사회에서 특정 또는 불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기에, 헌법재판소로서는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을 국민들에게 강조하여 안내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판시 내용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21조 제1항 내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가하거나 가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거나 방위(防衛)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8조 제1항의 문언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결정은 '정당방위가 법적 문언으로만 존재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사법기관에 의해 적극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위법성 조각 사유이다'라는 점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재차 각인시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사안에서 방어 행위의 강도가 비교적 경미하였기 때문에 정당방위의 요건 중 '상당성'. 즉 침해법익과 보호법익의 균형성 판단을 하기도 비교적 쉬운 사안에 해당하였다.
3.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되어 정당방위가 부정된 경우 – 서울고등법원(춘천) 2016. 1. 29. 선고 2015노11 판결
가. 사건의 개요 및 법원의 판단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된 사안(따라서 정당방위가 인정받지 못한 사안)'으로서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 8. 13. 선고 2014고단444 판결, 서울고등법원(춘천) 2016. 1. 29. 선고 2015노11 판결)이 많이 회자된다. 이 사건의 경우 새벽 3시에 술을 마시고 귀가한 피고인이 절도범을 발견하고 구타하여 그를 뇌사에 이르게 하였는데, 법원은 첫 번째 폭행(절도범을 구타하여 쓰러뜨린 행위)과 달리 뒤이은 폭행(넘어져 도주를 시도하는 절도범을 발, 빨래건조대, 허리띠로 수 회 가격한 행위)은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보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적어도 과잉 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미 제압한 사람 혹은 범의를 상실하고 달아나는 사람을 추가적으로 공격하는 행위'의 경우 정당 방위 내지 과잉 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구역에 침입하여 위협하는 자에게는 무기를 사용해 대응해도 된다는 취지의 Castle Doctrine 이나 Stand-Your-Ground Law가 적용되는 영미권 일부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범죄로 취급된다).
나. 해당 판결의 의의
이렇듯 '새로운 공격 행위'를 '방어 행위'와 구분짓는 법리는 합리적이며, 이를 구분하지 아니할 경우 오히려 무분별한 공격 행위를 법률이 방임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구별의 실익이 인정된다. 특히 해당 사안에서는 절도범이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고 단지 도망가려고 하였음에도 상해치사의 결과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재판부로서도 방어행위와 새로운 공격 행위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인다.
다만 거의 대부분의 실제 상황에서는 최초의 방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위가 새로운 공격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 방위 내지 과잉 방위의 연장선 상의 행위인지 여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범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피해자를 상대로 불안·경악한 상황에 빠뜨려 새로운 공격 행위를 야기하게끔 한 최초 공격자의 위법성·비난가능성도 무겁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부당하게 최초 공격을 당한 방위자(대부분의 선량한 일반 시민에 해당할 것이다)들이, 갑작스럽게 당면한 방위 상황에서 법률이 자신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논리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방위 상황에서의 긴박하고 두려운 대응의 과정이 끝나고, 그 행위를 사법기관이 차가운 이성에 의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한다'는 명제가 역으로 정당방위 인정의 한계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반성적 고려도 포함된다.
4. 결론
본 기고문에서는 사법기관의 두 가지 판시 사례를 통해 정당 방위 및 그 한계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에 따르면 ➀ 사회 통념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수준의 방어 행위는 법원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위법성 조각 사유로 고려되어야 함을 알 수 있으며 ➁ 방위 행위의 정도를 초과한 새로운 공격 행위의 경우 정당 방위로 포섭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새로운 공격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최초 공격자의 불법성, 상황의 긴박성 등 제반 사실관계, 행위의 상당성, 정당 방위에 대한 국민 법인식 및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을 기하여야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오늘날 국내외를 불문하고 문제되고 있는 피해 유형, 즉 유형력을 동원하여 타인에게 중대한 물리적 피해를 가하거나 유괴·해외로의 납치 등 타인의 신체적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들에 있어, 피해자가 반격하는 과정에서 방위 행위의 정도가 상당성을 일부 결여하였다는 점에만 주목하는 경우, 선량한 시민들의 법인식과 괴리되고 실체적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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