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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December 2025

하도급법 개정 – 부당 특약 사법상 무효화 조항에 대하여

부당 특약의 사법상 무효화를 명문화 한 이번 하도급법 개정과 관련하여, 해당 조항의 개정이유와 제도적 실익을 살펴보고, 나아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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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현행 부당 특약 금지조항은 효력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의 시정명령, 과징금 처분 등 공적 규제는 가능하나 사법상 효력은 여전히 유효함에 따라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가 설정한 특약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채무이행 의무를 부담하였을 뿐 아니라,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불가능하여 또다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만 가능하다는 한계 또한 명확하였다. 보호 규정의 취지와 실제 구제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미흡한 수급사업자 보호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하도급법 개정은 부당 특약 무효조항을 제3조의4 제3항으로 신설하였고, 이에 따라 앞으로 수급사업자는 하도급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부당 특약으로 문제 되는 계약조건만 떼어 내어 무효로 다투고, 이어 부당이득반환을 통하여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한,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당 특약이 유효함에 따라 얻을 수 있었던 사법상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와 같은 특약을 설정한 유인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신설되는 부당 특약 무효조항은 법에서 직접 간주되는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특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곧바로 무효로 하고, 시행령·고시로 포섭되는 제2항 제4호 특약은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만 그 부분을 무효로 하는 이원적 구조로 되어 있어, '현저한 불공정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결국 이번 개정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고는 건설산업기본법과 민법 제104조의 판단 기준과 적용 방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하도급법에서 말하는 '현저한 불공정성'에 관해 예측 가능한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하도급법상 부당 특약과 사법상 효력

  1. 개정 부당 특약 무효조항의 실익

. 개정 조항의 내용 및 개정 이유

2025년 10월 2일부터 시행된 개정 하도급법 제3조의4 제3항은 다음과 같다.

하도급법 제3조의4(부당한 특약의 금지) ①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이하 "부당한 특약"이라 한다)을 설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약정은 부당한 특약으로 본다.

1. 원사업자가 제3조 제1항의 서면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2.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3. 원사업자가 입찰내역에 없는 사항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4. 그 밖에 이 법에서 보호하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약정

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계약내용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고, 같은 항 4호의 계약내용은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한하여 그 부분만 무효로 한다.(신설 2025. 4. 1. / 시행 2025. 10. 2.)

개정 부당 특약 무효조항은 법률이 직접 무효를 선언하되, 법률에서 간주하는 하도급법 제3조의4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의 유형은 별도의 추가 요건 없이 그 부문에 한하여 무효로 하고, 시행령과 고시로 간주되는 제4호의 유형은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한하여 그 부문만 무효가 되는 이원적 구조로 규정되어 있다.

이번 하도급법 개정의 입법 이유는 명확하다. 부당 특약 금지 조항이 도입된 이후에도, 원사업자에 대한 행정제재 등이 가능하나 계약 당사자 간 민사상 효력은 여전히 유효하여 부당특약 이행 의무가 잔존하고, 원사업자를 상대로 별도의 사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수급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등 수급사업자 권리 보호에 한계가 있는바,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이 없음을 명시함으로써 특약이 설정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에 대한 신속한 피해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즉, 행정제재와 민사적 구제를 별개로 보던 기존 법률과 그에 대한 해석을 정비하여, 수급사업자 보호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 수급사업자의 실질적 보호에 부합

개정 부당 특약 무효조항 도입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거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부당특약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부당 특약이 사법상 무효가 되면,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원사업자는 그 부당 특약을 근거로 채무 이행을 요구할 수 없고, 수급사업자 역시 그 부당 특약에 따라 채무 이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당 특약이 하도급 계약내용에 편입되어 있더라도, 무효를 주장하며 이행 거절이 가능한 것이다.

나아가 이미 그 부당 특약에 따라 채무 이행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급여에 해당하므로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달리 원사업자의 고의·과실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원사업자의 재산상·노무상 이익이 법률상 원인이 없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비하여 절차가 간명하고 신속하다는 점에서 실질적 구제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2

둘째, 원사업자의 부당 특약 설정 유인도 기존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사법상 유효하기 때문에 원사업자는 행정제재로 인한 비용과 부당 특약 설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더 큰 이익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당 특약을 설정하는 경영상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원사업자는 부당 특약이 법 위반에 해당할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보다는 최소한의 형식적 조치에 그치는 등 실질적 컴플라이언스 활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부당 특약 자체가 사법상 무효로 선언됨에 따라, 그 설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사라지고 행정제재에 따른 부담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원사업자가 더 이상 부당 특약을 경영상의 선택지로 고려하기 어렵게 되고, 결과적으로 하도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부당 특약이 설정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는 방향으로 내부 규율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셋째, 수급사업자의 민사상 보호가 확보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는 본래 기능인 행정제재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기존에는 수급사업자가 직접 민사적 구제를 받기 어려워 피해 회복을 행정제재 절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개별 분쟁의 구제 역할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개정 부당특약 무효조항으로 수급사업자의 피해 회복은 민사절차에서 신속히 처리될 수 있게 되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전반의 규율과 예방적 집행에 역량을 배분함으로써 집행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개정 부당특약 무효조항으로 기존 규정의 한계가 보완되어 수급사업자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이 가능해졌으며, 나아가 하도급법이 지향하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하도급거래 구조의 개선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 '현저한 불공정성' 에 대한 판단

. 추가 논의의 필요성

개정 부당 특약 무효조항의 입법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현저한 불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개정 조항은 하도급법 제3조의4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해당하면 곧바로 무효가 되지만, 제4호는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되는 이원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4호에 해당하는 부당 특약까지도 이 규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저한 불공정성'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만약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마다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저한 불공정성' 해당 여부를 정한다면, 수급사업자는 개정 조항을 통해 신속한 민사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범위를 과도하게 넓혀 고시·심사지침에서 간주되는 모든 유형의 특약을 일괄 무효로 보는 것도, 애초에 조항을 이원화한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학계에서는 시행령·고시로 광범위하게 포섭된 부당특약을 모두 무효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저한 불공정성'을 추가로 판단하여야 무효가 인정되는 점 등은 법리적으로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3

결국, 개정 조항의 입법취지, 사적 자치의 예외, 하도급거래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저한 불공정성'의 판단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판단기준을 명확히 정할 때에만 제4호 영역에서의 무효 규정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분쟁 단계에서 수급사업자가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 타법을 참고한 판단기준

'현저한 불공정성'의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관련 논의가 축적된 민법 제104조와 건설산업기본법의 부당 특약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서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대항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에 대하여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약속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객관적 가치를 비교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고, 당초의 약정대로 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의 불이행에 따른 효과로서 다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하였는바, '현저한 불공정성'을 판단할 때에도 하도급계약 당시의 객관적 대가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함을 생각할 수 있다.4

다음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서도 부당 특약이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를 판단함에 있어 강요가 아닌 상호 합의에 의해 특약이 설정되었는지 여부, 특정 조항이 불리해 보여도 계약 전체의 구조나 다른 조항을 통하여 위험이나 비용이 합리적으로 배분되었는지 여부 등의 요소들을 통하여 계약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수준에 이르렀음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는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5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개정 부당 특약 무효조항에서의 '현저한 불공정성'은 부당특약 심사지침의 위법성 판단요소를 기초로 하여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정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계약 체결 경위를 살펴 양 당사자가 실질 협의를 거쳐 부당 특약이 계약조건에 편입되었는지(계약 체결 경위와 수급사업자의 자유로운 의사), 둘째, 부당 특약이 계약 당시 수급사업자가 예측 하기 어려운 손해를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인지(손해 전가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 셋째, 개별 부당 특약은 부당하더라도 하도급계약 전체로는 균형을 맞추는 반대급부 내지 우대조건이 존재하여 실질적으로는 균형이 유지되는지(계약 전체의 균형)가 이에 해당하며, 판단의 기준시는 계약 체결 당시가 된다.

결국,'현저한 불공정성'은 단순히 수급사업자에 불리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하도급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실질적인 협의과정과 손해 분담 방식, 계약 전체의 균형을 종합하여 수급사업자에게 명백하고 과도한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다.

. 마치며

이번 하도급법 개정은 부당 특약의 사법상 무효로 규정하여,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거래를 계속하면서도 부당 특약만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수급사업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보다 간명하고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원사업자는 그러한 특약을 설정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어 부당 특약 설정 관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도적 실효성은 '현저한 불공정성'요건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본고에서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와 건설산업기본법상 부당 특약에 대한 판단을 참고하여, 계약 체결 경위와 수급사업자의 자유로운 의사, 손해 전가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 계약 전체의 균형이라는 세 가지 판단기준을 생각해 보았다. 이는 단순히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수급사업자에게 명백하고 과도한 불균형이 발생하였음을 보여야 무효로 인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역할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특약에 대한 행정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현저한 불공정성'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인지, 만약 고려한다면 그 판단을 처분 수위에 반영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반대로 무효 여부는 민사적 권리구제의 영역으로 한정하고, 현행과 같은 집행방식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법원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어떻게 참고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을 기초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책임이나 계약의 유효 여부는 독립적으로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개정 이후에도 이러한 구도가 이어질지, 아니면 공정위 처분 수위를 일정 부분 현저성 판단에 참작할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결국, 이번 하도급법 개정의 의미는 법 조항 그 자체보다는 앞으로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과 법원의 판단에서 드러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이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개정 부당 특약 무효조항이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자리 잡을 수도 있고, 반대로 예전처럼 형식적 요건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다. 끝.

Footnotes

1 이 글은 2025. 5. 16. '하도급거래와 부당특약'을 주제로 개최된 한국공정거래조정원·한국하도급법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지정토론 한 내용을 재구성한 글임을 밝힌다.

2 정주미, 「하도급법상 부당특약과 사법상 효력」, 『공정거래법 연구』 제21권 제1호, 2025, 16면

3 황태희, 「하도급법상 부당특약의 금지」, 『경쟁법연구』 제51권, 2025, 339면.

4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0다42075 판결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21. 선고 2024가합4546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나2007410 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4. 8. 14. 선고 2023가단81315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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